뒷부분 안잘라낸 롱버전입니다.
앵간하면 17세 이상인 분만 열람하는 것을 권장드려요.
가끔 두사람이 싸울 때가 있었다.
불같은 성미를 가진 그와, 조용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는 성격을 가진 또다른 그가.
그 두사람은 어찌보면 같은 사람이었지만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동료가 위험에 처하면 바로 동료를 향해 뛰어들거나,
동료의 근처에 있는 적을 다 쓸어내서 구하거나.
일단 동료를 구하는 방식부터 달랐던 그 두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두사람이 싸우는건 흔치 않았지만, 한번 싸우면 누구하나가 상처를 입곤 끝나는 그런 과격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싸움을 발견하자마자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아, 누구 하나 다치겠구만.' 이었다.
"내가 대체 몇번이나 말했지?? , 넌 너무 성급하다고.
무턱대고 잘못 뛰어들었다가 크게 다친적도 여러번 있었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경만 하고 있으라는건가?? 그건 겁쟁이나 마찬가지야!"
"누가 구경만 하라고 했어? 네 몸도 적당히 사려가며 싸우라는 거잖아!"
"네 말은 지금 몸을 사리는게 진정한 전투의 자세라고 하는건가???"
"...정말이지 너란 놈은.....!!!"
뭐 대충........예전부터 싸움의 이유라 하면 저것밖에 없었다.
레피형의 성급함을 다그치는 블마형과 그걸 비꼬는 레피형.
사실 블마형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로 걱정되서 저렇게 다그치는 거일텐데도 유난히 레피형은 그걸 들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저러한 생각에 반쯤 문사이로 들이밀었던 얼굴을 뺐다.
뭐, 저렇게 싸우다가도 결국은 서로 화를 삭히고 다시 같이 다니던 둘이었고,
그닥 걱정되는 마음도 들지 않아서 관심끄고 내 할 일(엘마나 골려먹을까 했다. 보프는 건드렸다가 플라즈마 커터라도 맞으면 큰일나니까..)을 할 생각으로 뒤돌아서 방을 지나치고 있을 때였다.
퍽, 하는 둔탁한 타격음에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자 레피형이 방문을 박차고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평소에도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이 더더욱 날이 서 차갑다, 싶을정도였다.
분명 걸어나오면서 나를 봤을텐데도 내게 아는척조차 안하는게 단단히 화가 났지, 싶다.
그런데 분명 아까 누구 하나가 맞는 소리가 났는데 레피형의 얼굴은 멀쩡하다.
...그럼 블마형이 맞은건가??
다시 방으로 다가가서 이번에는 아예 방으로 들어갔다. 뭐, 레피형도 나왔겠다 블마형만 있을텐데 몰래 다가갈것도 없지...
들어간 방 안에는 블마형이 서 있던 자리에서 주저 앉은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많이 아픈건가 싶어서 다가가 어깨를 톡톡 건들자 심하게 움찔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블마형, 레피형한테 맞았어??"
"..."
왜 말이 없어...?
"형, 맞은데 좀 봐. 많이 아픈거야? 레피형 화 많이 났던데..."
".............저리 가 있어...."
....세게 맞은 것도 아닐텐데 왜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대.....?? 사실 레피형이 화가 아무리 났어도
블마형에게 그렇게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을리가 없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동료이고, 게다가 완전한 타인도 아닌 존재가 블마형이니까.
그런데 이 반응은 이상하다. 생각해보면 블마형이 레피형한테 주먹으로 맞은 적은 없다지만...
이건 너무나 약하고, 한심한 반응이다.
"형, 왜이래? 봐, 아 고개좀 들어보라고!"
"...저리가라고 했잖아!!!!"
.....화가 난다. 고작 한대 맞았다고 그렇게나 약한 반응을 보이는건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떨기만 하는 블마형이 안쓰럽기보다는, 화부터 치밀어오르기 시작한다.
거칠게 저항하는 어깨를 부여잡고 턱끝을 잡아 올렸다.
어디 얼마나 맞았길래 이 난리인건데....!!!!
"..어....?"
".......윽........"
눈앞에 보이는 형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릴뻔 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박살날거 같이 요동친다. 눈앞에 보이는 그 표정이,
붉어진 두 뺨에 부들거리는 입가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그대로 다시 손에 힘을 넣었다. 부들부들 떠는 턱을 잡고, 눈과 눈을 마주치게 하자
호박색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친다. 혼란스럽다 못해 자아를 잃을 듯 점점 빛을 잃어가는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다급함이 치솟는다.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상황에 휩쓸려,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쓸려버렸다.
얼굴 한쪽에 선연한 멍자국이 보인다. 아마 방금 나간 사람이 여기에 주먹을 내다 꽂은거겠지.
그 멍자국을 어루만지다가,
아프지 않게, 하지만 소리는 날카롭게 퍼지도록,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형"
"............"
"....이러니까"
한번 더 내리쳤다. 이번에는 고개가 돌아갈정도로 세게. 내 손조차 아파오는 정도로.
눈앞에 보이는 호박색 두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가 내 손을 떠밀진 않는다. 잡힌 턱도 그대로 잡혀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다고 하지도 않는다.
"....기분좋아?
한참 어린 동생한테 양뺨을 얻어맞고, 눈물이나 질질 흘리고, 이렇게 있으니까 기분좋아?
왜, 레피형한테 맞을때도 짜릿했나?? 그래서 그 쾌감을 곱씹느라 이렇게 주저 앉아 있었어? 응?"
".....아........아냐............."
"아니긴 뭘 아냐?
기분 좋지? 응? 그러니까 이렇게나 뺨을 얻어맞았는데도 아랫도리는 세우고 있지?
곧 쌀거 같네, 바지가 젖었어. 응? 안그래??"
"아냐............아니라고....."
"형 진짜....저질이구나...윈스누나가 이 꼴을 보면 뭐라고 할까? 윈스누나는 형을 아주 점잖고,
신사적인 남자라며 믿음직한 동료라고 매번 칭찬했었잖아?
지금 형이 아랫도리를 적시며 울고있는, 이 지저분한 꼴을 보여주면 과연 그 때도 '믿음직한 동료' 라고 할까??
정말로......저질이야. 형이라고 부르기도 싫어."
머릿속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인다.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이 남자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은근히 좋아하는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는걸 은연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쉴새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눈동자에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모든게 그대로인데 눈만은 고장난것처럼 눈물만 흘린다.
이 상황을 부정하듯, 아니면 자기 자신을 부정하듯 자아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게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나는 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흥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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